위키노믹스- 웹2.0의 경제학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핵심 코드를 공개하고, 코카콜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콜라 제조 비법을 공개한다? '망하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망하려고 비법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농담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진지한 얘기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카콜라 모두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당분간 그럴 계획도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믿기지 않는다면 비슷한 예를 살펴보자. 캐나다 금광회사 골드코프다.
골드코프는 2000년 3월 약 6730만평에 달하는 광산에 대한 정보(약400MB)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광산업자에게 지질 데이터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료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맥이웬 골드코프 사장은 이 소중한 자료를 모두 공개했고, 한술 더 떠 전 세계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금광찾기 이벤트까지 열었다. 막대한 상금까지 내걸고 말이다.
당시 골드코프는 반세기 동안 금을 채굴해왔던 광산이 고갈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새로운 금광 개발이 시급했지만 아무리 지질학자들을 다그쳐도 성과가 나지 않았던 상황. 맥이웬 골드코프 사장은 우연히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리눅스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
그는 '네티즌들이라면 새 금광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은 채 모험을 단행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사장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대학원생, 컨설턴트, 수학자, 물리학자, 심지어는 군대 장교에 이르기까지 세계 50여 개국 1000여 명의 '꾼'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금 찾기에 나서 110곳의 후보지를 찾아냈던 것. 그 중 절반은 회사에서도 찾지 못한 곳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네티즌들이 찾아낸 후보지 중 80% 이상에서 모두 220t에 달하는 금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골드코프 사례는 오늘날 경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소유'와 '권리' 대신 '개방'과 '공유'를 기본 원리로 하는 신경제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위키노믹스(Wikinomics)'라는 말로 표현한다.
위키노믹스란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일컫는 말. 인터넷 사용자들이 스스로 첨삭해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와 이코노믹스(Economics)를 결합했다.
저자들은 "소수가 주도하는 이코노믹스 시대가 가고 개방과 대규모 협업이 중시되는 위키노믹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성공하는 기업은 외부 사람들까지 비즈니스 웹으로 끌어들여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차세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기는 대규모 협업을 도모한다"고 말한다.
개방과 대규모 협업의 중요성은 위키피디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역사는 불과 5년에 불과하지만 200년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정보량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위키노믹스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완구회사 레고는 실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마인드스톰'이라는 제품을 출시한 뒤 로봇 시스템의 중추인 센서, 모터, 제어장치 등을 분해하고 다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들에게 넘겨줬다. 고객들은 자신이 마인드스톰을 새롭게 응용한 결과를 웹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마인드스톰을 더욱 가치 있는 장난감으로 발전시켰다.인터넷으로 50여 명의 팬을 모집해 비디오카메라를 지급하고, 그들이 찍은 필름을 편집해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한 미국의 랩그룹 비스티 보이스도 위키노믹스 원리를 적용한 예다.저자들은 "P&G, BMW, GE, 보잉, IBM,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인텔, 아마존, 제록스 스팍, 하얏트호텔, 리눅스, BBC, 베스트 바이 등 글로벌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미 '대규모 협업'을 선택했으며 이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흐름은 비단 비즈니스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과학 의료 교육 등 사회 모든 분야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한다.